이제 가을도
곱디 고운 채색 옷으로 갈아입고
우리 곁에서 서서히 떠날 채비를 합니다.
단풍의 색깔은 나무잎의 다른색이
다 빠져나간 후 더 이상 떠 날 수 없어
마지막까지 남아있는 색이 붉은 색이기에
단풍의 색깔은 아름다운 색이 아니라
슬픈 색깔이라 합니다.
그래서 중년의 가을은 더 쓸쓸해 지고
고적한 외로움을 느끼게 되는
계절인지 모릅니다.
중년의 계절,우리들의 계절
아름다운 이 가을도
이제는 길고 긴 여운을 드리운채
저물어 가려합니다.
누군가 중년이 되면
남자는 마음으로 늙어 가고
여자는 얼굴로 늙어가는 거라고 말을 하지만
그것은 우리들 중년의 가슴속에
소중히 쌓고 또 쌓아둔 완숙한
내면의 아 름다움을 미처 알지 못하는
사람들의 말이라 생각 합니다.
가슴에는 차거운 듯 하면서도
막 길어 올린 샘물같은 온화함이 있기 때문에
누군가와 아주작고 사소한 만남일지 라도
한번 맺어진 인연에 대해서는 귀하게 여길 줄 알고
헤어짐 뒤에도 머물다간 그들의 흔적을
가슴 속에서 오래도록 지워내지 못하는
따스함이 있어 정겹습니다.
양은 냄비처럼 너무쉽게 달궈지지는 않지만
한번 달궈지면 쉽게 식어지지 않는
무쇠솥 같은 여유로운 가슴으로
삶을 볼 수 있고
청자처럼 화려하지 않지만
질그릇같이 소박한 마음으로
이웃을 살필 줄 아는 혜안을 갖을 수 있기에
그동안 흘려보낸 우리들의 세월은
잃어버린 시간이라고
굳이 말하고 싶지 않습 니다.